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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by 롱공

'와아아~!'
중간고사가 끝나 해방감을 느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교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힘들었어 재유야아...”
“그러게나 말이야 남자애들은 왜 저렇게도 힘이 넘치는지”
재유가 살짝 불쾌한지 입을 내밀었다.

“난 이번에 망했어.”
“왜?”
“공부를 잘 못했거든”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냥 공부가 잘 안되더라”
재유는 가방을 들며 일어섰다.

“일단 시험이 끝났으니까 지난번에... 진짜 벌써 몇주째 미뤄지고 있는지 모를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좋아!”
재유가 앞문으로 걸어가자 혜진도 가방을 가지고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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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먹어봐~”
학교 앞 떡볶이집 아주머니가 떡볶이를 초록색 그릇에 담아 주셨다.

“감사합니다!”
“흥흥~”
떡볶이를 주고 아주머니는 신이난듯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제 먹자!”
“그래”
“음~ 맛있다!”
“이 맛이야!”
'우물우물'
재유는 어묵을 집어 먹었다.

'네? 뭐라구요?'
'그동안 늘 말해왔잖니 엄마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아 그거 말고 그 전에요!'
'얘는 소리는..? 그.. 이번에 연쇄절도범 있잖니? 이번에 새롭게 맡아서 조사한다고 하더라.'
엄마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누르며 말했다.

'이번주 주말에 너랑 한 번 같이 식사하기로 했어. 그래도 새 아빠가 될 분인데 너랑 얼굴은 이제부터 알아가야 되지 않겠니? 첫 만남이니까 옷이나 이런 거 신경써서 만나렴~'

“재...야?”
잠시 멍을 때리던 재유를 혜진이 불렀다.

“재유야!”
“으...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 아무것도...”
“나 이거 떡볶이 마지막인데 내가 먹는다?”
“어 그래 맛있게 먹어~”
“응!”
혜진이가 입에 마지막 떡볶이를 넣는 모습을 보며 재유는 가방을 보았다.

“혜진아 우리 엄마 재혼한데...”
“뭐?”
놀란 혜진이의 커진 눈이 재유의 눈을 응시했다.

“아직 한참 남았긴 해. 청첩장도 안만들었고 그냥 말만 나온 상황이니까”
“축하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 헤... 그렇구나”
“축하해줘. 우리 엄마 그동안 너무 힘들게 나 키워오셨잖아? 이제는 행복을 찾아도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그렇네..”
가방에서 재유는 분홍빛 틴트를 꺼내 입에 발랐다.

“이번주 주말에 재혼 상대분이랑 식사하는데 좀 꾸며서 나오라고 하지 뭐야...갑작스럽게...”
“언제 엄마가 이야기했는데?”
“어제.”
“아... 그건 너무 갑작스럽다...”
“물론 엄마가 소개를 받아온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재혼에다가 재혼 상대랑 식사를 한다니까 조금 당황스럽긴 해”
“그래서 어떤 분이셔?”
“응?”
재유는 흠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응... 이번에 그 있잖아 연쇄절도범. 그 범인을 잡는 형사분이셔”
“멋있다!”
“응 그럴 거야 아마...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근데 왜 걱정하는 눈빛이야?”
혜진이는 재유를 빤히 쳐다봤다.

“그냥 갑자기 엄마가 재혼한다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맘이 혼란스러워져서”
“그렇게도 엄마가 재혼하길 바랬잖아? 엄마 혼자 고생하는 거 보기 힘들다고”
“물론 기뻐 근데 좀 갑작스러워”
재유는 팔목에 걸린 가방끈을 풀어서 가방쪽에 던져놨다.

“하긴 갑자기 말했잖아 그것도 중간고사도 안끝났었을 때인데”
“응...”
“일단 힘내고 집에 가서 푹 쉬어 일단 오늘 시험이 끝났으니까 쉬는 거야~!”
혜진이가 가방을 들었다.

“아주머니 계산이요~”
“다 먹었니? 홍홍홍~”
떡볶이집 아줌마가 주방에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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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금요일 19:33 / $ 영감
오래간만에 일거리다! 
지난번 손님이 네 실력이 맘에 들었는지 너에게 일을 계속 주기로 하셨지 뭐냐?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에메랄드 전시회에 가서 '생명의 그린 링'이라는 반지를 얻어오면 돼. 기한은 딱히 정해주지 않으셨지만 일을 더 받고 싶으면 빨리 빨리 가져와. 그럼 연락 기다리겠네.'

“우움... 뭐야... 중간고사 오늘 끝났다구우... 어후...”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 불빛이 재유의 눈을 비추자 재유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 어디 보자...”
'위이잉~'
재유는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컴퓨터 전원을 키고 2L 생수통을 들고 마셨다.

“흐아암~”
'벌컥벌컥'

초록창에 검색을 하던 재유는 날짜를 봤다.
'초록의 주얼리, 에메랄드 전시회. 20xx. 05. 19(수)~20xx. 06. 16(수)'
“다음주 수요일부터 딱 한 달 정도 하네?”
황당하다는듯 재유는 헛웃음을 냈다.
“허... 이번주 주말에 새 아빠 보잖아... 아... 그러면 미리가서 탐방하면 얼굴을 마주칠 수 밖에 없는데...”
“...”
한참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던 재유는 혼자 말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에휴...”

다음 날이 되서야 재유는 옷장을 뒤지고 있었다.

“재유야~ 멀었니? 엄마는 준비 다 되었어!”
“네 잠시만요! 옷 입고 있어요!”
“그래 엄마는 먼저 차에서 기다리마! 내려와~”
“네!”
'띠리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재유는 방문에서 옷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입을 옷이 하나도 없네... 다 너무 후줄근한데...”
그때 옷장에서 초록색으로 보이는 물체가 보여 재유는 손으로 잡아 뺐다.

“아! 카라티! 어휴... 이거도 먼지 겁나 쌓였는데? 일단...”
재유는 초록색 반팔카라티를 들더니 거실을 지나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털었다.
“켁켁!”
순간 엄청난 양의 먼지가 바람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마스크 쓰고할걸!'
'팡팡!'
재유는 옷을 대강 털고 그 자리에서 입고 방으로 들어와 거울 앞에 섰다.
“이 정도면 괜찮은듯?”
'지이잉~'
'엄마'
휴대폰에 뜬 글자를 보고 재유는 서둘러 방안에서 나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VxxS 양평점'
꽤나 멀리 서울 외각 경기도인지 뭔지 멀리 돌아온 탓에 지친 재유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그냥 서울에서 보면되는데 왜 여기까지 왔어?”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너 중간고사 끝났고 스트레스도 풀겸, 주말에 소풍느낌도 내볼겸 겸사겸사 여기로 왔지!”
엄마는 쾌활하게 말하며 핸들을 꺾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끼익'

어두운 층들을 지나 주차장에서 멈춰 재유와 엄마는 차에서 내렸다.
'덜컥'

“지하 냄새가 나...”
“그렇네? 어쨌든 늦었겠다 빨리가자~”
'또각또각'
엄마는 웃는 얼굴로 엘레베이터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새 아빠라고 칭하는 남자가 꽤나 맘에 들었나보다.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던 재유는 엄마를 따라갔다.
'B4층 입니다. 올라갑니다'
'이잉~'
'띵동. B2층 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어? 자기도 지금 왔나보네?”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재유는 휴대폰을 바라보다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딱봐도 훤칠하게 생긴 키 큰 남성이 앞에 서있었다. 하얀 피부에 잘 정리된 옷깃, 그야말로 소개팅에 온 왕자님같은 느낌이였다.

'이래서 엄마가 반했군'
“지하 2층에는 자리 없었을텐데?”
엄마가 눈웃음을 치며 진욱에게 말했다.

“아... 내가 왔을 땐 있던데? 아마 그 사이에 자리가 비었나봐.”
남자는 엄마에게서 재유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너가 재유니? 반가워”
재유는 손을 뻗은 남자와 조심스럽게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얘가 어색해서 그래 우리 어서 가서 밥먹자!”
'문이 닫힙니다.'
'이잉~'

재유는 순간 엘레베이터 안이 답답한지 카라티의 카라를 손을 만지작 거렸다.
'어후.. 어색해...'

“재유는 스테이크 좋아하니?”
진욱은 재유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아! 네! 좋아요!”
재유는 어색하게 대답하고 쓸데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재유는 착하게 생겼구나~ 아저씨는 경찰이야 알고있니?”
“네.. 감사합니다. 엄마한테 들었어요...”
“그래 아저씨가 나쁜 사람들은 모두 다 잡을게! 이번에 연쇄절도범까지도!”
“호호호 재유야 정말 멋있는 분이지 않니?”
“하하.. 네 정말 멋있으세요...”
재유는 휴대폰의 지난번에 돈 영감에게서 온 문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요일 19:33 / $ 영감
오래간만에 일거리다! ....'

'띠링! 5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어서오세요~ 몇분이신가요?”
“아! 저희 2시에 예약한 사람인데요.”
“아!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또각또각'

5층의 넓은 테라스에 강이 훤히 보이는 뷰가 식탁 너머로 펼쳐져 있는 곳에 재유와 진욱 그리고 엄마가 앉았다.

“역시 끝내주네 오길 잘했어 재유야 그치?”
엄마가 재유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엄마~ 어지러워요~”
“하하하 너희 엄마가 기분이 좋나보다~”
진욱이 두 모녀를 보며 웃었다.

“주희씨는 뭐 먹을 거야?”
“나는 갈릭 스테이크 먹을게 자기야~ 재유는?”
“저는 파스타...”
“성장기인 아이가 파스타만 먹어서 되겠니? 스테이크도 먹으렴 기왕 나왔는데!”
“그럼 엄마랑 같은 갈릭 스테이크...”
“나눠먹게 다른 거 좀 골라봐~”
“그럼 여기 적힌 봄 신상메뉴 러브블로썸 스테이크로...”
“그건 너무 비싸지않니?”
엄마가 재유를 나무라자 진욱이 재유 옆으로 와 메뉴판을 보며 말했다.

'윽! 가까워...'
“비싸도 괜찮아! 오늘은 재유가 먹고싶은 걸로 아저씨가 사줄게! 이거 맞지? 여기 웨이터!”

테라스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웨이터가 식탁으로 왔다.
“부르셨습니까? 뭐로 하시겠습니까?”
“이쪽은 갈릭 스테이크, 이 꼬마 숙녀에게는 러브블로썸 스테이크랑 로제파스타, 저는 뉴욕 립 스테이크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메뉴판에 메뉴를 적고 웨이터는 홀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재유는 이번에 중간고사가 끝났다고 하지 않았니?”
“네...네 어제 끝났어요.”
“시험은 잘봤니?”
“아.. 그럭저럭...”
“가끔씩 밤에 어디를 싸돌아 다니는지 산책간다고 몇시간씩 밖에 있어서 이번에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네요. 호호호!”
“엄마...”
재유는 엄마에게 눈을 흘깃 바라봤다.

순간 진욱은 미간에 살짝 주름이 졌다.
“밤에 늦게 돌아다니다니 얼마나 세상이 위험한지 모르니? 밤에는 밖에 나가지 마렴.”
“아? 네...”
엄마는 진욱을 보더니 다급히 말했다.
“어후.. 진욱씨! 경찰 아니랄까봐 걱정은? 그냥 애가 답답해서 산책나가는 거에요!”
“그래도 저녁엔 위험해요. 이런 어린 아이들은... 특히나 여잔데...”
“진욱씨는 걱정이 참 많아 그래도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조금은 자제하렴~ 진욱씨도 너무 찌푸리지 말아요~”
“아아.. 그랬나? 미안하다 재유야 그저 난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였어...”
진욱은 재유를 바라보며 미안한지 손을 비비는 시늉을 했다.

“네 알고있어요. 감사합니다..”
재유는 진욱을 바라보며 말하다 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참 푸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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