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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by 롱공

‘미친…내 안경을 쓰다니… 증거품 아냐? 경찰 수준이 저 모양이라니…’
미간이 찌푸려진 채로 재유는 전시회 내부로 걸어갔다.

‘탁!’
“아… 아파! 재유야!”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팔이 흔들려 뒤를 돌아보니 혜진이가 있었다.

“너 왜그러는 거야? 이상해!”
혜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야?”
흔들린 팔의 감촉때문일까? 멍하게 있던 재유는 얼굴을 좌우로 털며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해 미안해 혜진아! 너가 잘못한 게 없어… 그냥 빨리 전시회를 보고싶어서 그랬던 거야.”

“그래? 아무리 그래도 팔목 빠지도록 잡고 갑자기 뛰면 다칠 수도 있잖아? 우리 좀만 천천히 구경하자”
혜진이가 내 눈을 쳐다보며 웃고 있다.
“오늘 전부다 보자 원없이!”
“고마워 혜진아”
재유도 혜진이에게 눈웃음을 지었다.

‘으… 내 안경 정말 소중한 안경인데…’

앞에서 혜진이가 재유를 보며 손짓했다.

“재유야! 여기 좀 봐봐!”
“어.. 뭔데?”
“이 곳 전시관 전체에서 주얼리 전시회를 연다고 하네? 보통은 일부만 전시회를 열어서 여러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곤 하는데 이번에는 전체를 다 빌렸나봐! 10층짜리에 이렇게 넓은 곳 전부를 다 쓰는 걸 보면 오늘 다 못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너가 아까 허겁지겁 걸었나보다 그치?”
숨을 쉬지도 않고 말을 하고서 혜진이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아… 그래! 내가 미리 알아봤지! 그래서 아까 그런 거야!”
‘아 어떻게든 혜진이에게 오해는 사지 않을 거 같네... 다행이다…’
재유는 한숨을 쉬었다.

“후…”
“벌써 힘들면 안되지? 우리 볼 게 많아! 빨리와!”
혜진이는 1 층, 1 관으로 먼저 들어갔다.

1 관으로 들어가니 주얼리의 배치가 지난 밤에 재유가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되어 있었다.

‘확실히 좀 더 사각지대가 없을만한 곳으로 배치가 바뀌었네? 어차피 이 전시회 끝날 때까지 오지않을텐데 고생했네…’

특별히 이곳 저곳 살펴보았지만 재유가 훔쳐간 주얼리를 제외하고는 그대로인 듯 했다.

“재유야 이것 봐봐 엄청 크다아~”
혜진이가 부르는 곳에 가보니 큰 유리상자가 있고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게 뭔데?”
“이게 그 유명하다는 이집트 어떤 공주의 목걸이래! 이걸 가지면 그 어떤 부탁도 들어준다고 해! 그래서 ‘소원의 목걸이’ 라고 부르나봐!” 
“아아… 그래? 대단하네 ….”

가까이 가서 보니 목걸이가 있었다. 
‘어? 보석이 여러개가 있네?’
그 목걸이에는 형형색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파란 건 사파이어, 빨간 건 가넷, 초록은 에메랄드, 은색은 다이아몬드… 어? 이건…’
재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티켓을 꺼내 들었다.
‘파란 건 사파이어, 빨간 건 가넷, 초록은 에메랄드, 은색은 다이아몬드… 역시 이 초대장에 있는 띠의 색이랑 같은 보석이 박혀 있어....’

“그러고보니 말야… 이번 전시회의 이름이 ‘소원을 들어주는 주얼리’ 라고 하네? 설마 이 목걸이를 말하는 걸까?”
옆에서 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혜진이가 말했다.

“그런가봐…”
“재유야? 넌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
“응? 뭐라고?”
“아니이~ 저 목걸이를 가지게 된다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냐고”
혜진이는 여전히 목걸이를 쳐다보고 있다.

“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싶어…”
‘!’
혜진이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
“미안해 재유야… 일부러 물어본 건 아니였는데…”
“괜찮아 내가 너무 진지했네… 미안한데 이 일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하고 있지?”
“응 물론이지… 다른 건 몰라도 내 하나 뿐인 친구의 부탁은 무시하고 싶지 않아!”

‘띵동!’
순간 전시회의 벽에 걸린 스피커에서 벨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희 전시회에 찾아주신 손님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저희 전시회는 평일 오전 11 시부터 오후 6 시, 주말은 오전 9 시부터 오후 6 시 사이에 개장하고 있습니다. 금일은 일요일이며 현재시각은 오후 5시 30분이며 오후 6 시에 전시회 관람시간이 종료됩니다. 감사합니다.”

스피커를 보고있던 재유는 혜진이를 다시 쳐다보며 말했다.

“고마워… 근데 너 배고프지 않아…? 벌써 오후 5 시 30 분이네? 30 분 뒤면 닫힌다고 하니까 나가서 밥 먹을까?”
“그러자! 다 보지못해서 아쉽긴 하다아~ 가자 재유야”
혜진이는 성큼성큼 발을 옮겨 1층으로 향했다.

‘소원의 목걸이라…’
재유는 소원의 목걸이를 보다 곧 혜진이를 따라갔다.

1층에 도착하자 나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확실히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너 오늘 하이힐 신었다가 버스에서 넘어질 뻔 했잖아?”
“아 그렇지… 고마워 헤헤..”
“근데 무슨 전시회에 하이힐을 신고 왔어? 발 안아퍼?”
“응 그냥 이런 데는 뭔가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이렇게 하이힐을 신었지!”
“어른스럽게 보이긴하네”
“너는 하이힐 안신어?”
“글쎄… 나는 운동화가 편하고 아직 고등학생인걸? 나중에 어른되면 충분히 많이 신을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리고 하이힐도 비싸긴 하잖아 예쁜 거 사려면…”
“그런가 헤헤…”
머쓱한지 뒷목을 긁으며 혜진이가 말했다.
“재유는 어른스럽구나? 나는 철이 없는지 그냥 예뻐보이면 해보고 싶어”
“어른스럽다기보다는 그냥 개인취향인 거지 오늘 진짜 예뻐보였어”
“그래? 고마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어? 저 경찰아저씨 그대로 계신다! 아저씨 고생이 많으세요!”
‘아차… 저 사람이 있었지…’

입구 옆에 서있었던 그 경찰은 다시 내 친구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하하…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이만…”
머쓱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했던 재유의 팔을 그 경찰이 붙잡았다.

‘!’

“잠깐!”
그 경찰이 재유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
“이 안경 어디서 만들었는지 혹시 아나?”

“아뇨 아까 말씀드린 대로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네요…?”
태연하게 눈웃음지으며 재유는 그 경찰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제안경이라면 대충 어디쯤에서 만든건지는 알 것 같은데?”
경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해…’
말문이 막혀서 재유는 어떻게 할지 모른 채 서 있었다.

“혹시 어디서 만든지 알고 있는데 모른다고 하는 건가?”
경찰이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저기요!”
순간 혜진이가 둘의 대화를 끊고 말했다.

“저희 오늘 하루종일 뭘 안먹었거든요? 그렇게 치자면 경찰아저씨 안경도 수제안경이면 자기가 어디서 만든건지 알 거 아니에요? 왜 자기도 모르는 걸 저희한테 물어요!”

순간 경찰의 얼굴이 벙쪘다.

“아저씨 되게 이상한 분인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안경에 집착해요? 그러고보니 재유도 안경이 사라졌다는데 아저씨가 똑같은 안경을 가지고 있다는 건… 설마 스토커 아냐? 경찰아저씨 재유한테 뭔짓을 하려는 거에요!”

혜진이가 소리를 질러대자 전시회장을 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경찰쪽을 돌아보았다.

“아..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수제안경을 하나 더 만들고 싶었는데 기억이 안나서 물어보던 거였어요!”
경찰은 억지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모른다면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경찰이 웃으며 말을 하자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아 그런 거였구나? 경찰아저씨 죄송해요! 아저씨도 수고하세요!”
혜진이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가자 재유야! 내가 맛있는 라면집을 알아 거기가자!”

“어.. 어! 그래!”
혜진이는 재유의 손을 끌며 걸어갔다.

여전히 그 경찰은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가! 재유야~ 학교에서 봐~!”
“그래 내일보자!”
멀어지는 혜진이를 보며 재유는 집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이긴 하지만 기분전환 겸 걸어가야겠다…’

벌써 어둑해진 저녁 밤하늘을 가로등과 네온싸인 그리고 자동차의 불빛이 장식하기 시작했다.
재유는 집을 가기위해 한강의 다리 중 하나를 건너고 있었다.


‘후… 그나저나 정말 잡힐 뻔 했어… 설마했는데 실제로 만나니 너무 무서웠어…’

‘우웅! 우웅!’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져 꺼내보니 전화가 왔다.

‘누구..?’
‘돈 영감’
‘띵!’
전화 수신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시죠? 보통은 문자로 하시는데 급하신 일이라도 있나보네요?”
“다른 게 아니라 오랜만에 일거리가 왔는데 해보겠는가?”
“일단 들어보고요…”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한 전시회에 나오는 물건 중에 하나를 고객 중에 한 분이 가지길 원하시거든…?”
“그래서 그걸 가져오란 말씀이신가요? 근데 그게 뭔가...”
재유의 말을 도중에 끊고서 돈 영감은 자기 할 말만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가져오면 되는데 몇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보자… 잠깐 안경이 잠깐만…”
계속해서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밖에서 계속 오래 있기 싫은데 날도 추워지는데 왜이리 시간을 끄는 건지…’

4월의 밤의 온도는 생각보다 차갑다.
분명 낮은 반팔티를 입어도 괜찮을 만큼 살짝 뜨거운 느낌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밤엔 패딩을 입어야 될 정도로 차갑다.

‘그래서 괜히 꽃샘추위란 말이 생긴 게 아니지만…’

한참을 뒤적거리던 영감이 드디어 말을 했다.

“어 그래 미안하네.. 이게 정확히 전달을 해달라고 그 고객님이 재차 부탁을 하셔서 말이지… 어디보자...”
“네네…”
“일단 목걸이를 손에 넣은 뒤에는 불투명한 보관함 안에 넣어야 해 되도록 빠르게 말이지…”
“그건 당연히 가방에 넣죠?”
“근데 말이야 이 고객은 보석이 혹시라도 상처를 입을까 푹신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어떠한 것도 닿지 않도록 부탁하셨어” 
“그럼 상자같은 데다가 푹신한 거를 좀 깔아서 가져오면 되겠네요?”
“뭐 그런 셈이지… 그리고 또 다른 건 상자를 봉한 후에는 절대로 열면 안된다고 하네…”
“왜요?”
“나도 잘은 몰라… 근데 재차 열어서 확인하다가 잘못해서 떨어지면 상처를 입으니까 열지말라는 거겠지…”
“네 뭐… 제가 주얼리 수집가도 아니니까 그 점은 염려마세요.”
“그래 그럼 부탁하네… 요약하면 되도록 목걸이에 손을 타게 하지 말라는 거니까 허튼 생각 하지말고… 그럼 구하면 다시 연락하게 약속장소는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내가 정할 테니까. 하여간 지난번에 나까지 위험해질 뻔 했지않은가? 흠흠… 어쨌든 부탁하네 이만…”
“저기요! 할아버지!”
“왜? 왜 그런가?”
“근데 정작 중요한 걸 말씀 안해주셨잖아요? 그 목걸이가 뭔데요? 그리고 그 목걸이가 어디에 있는 건지는 말씀해주셔야죠. 제가 일일히 찾고싶어도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니까 다 찾고나면 이미 그 전시회는 끝날 가능성이 높잖아요…”
“아...아! 맞네 그 목걸이는 ‘소원의 목걸이’ 라고 불리는 목걸이고 뭐 이집트 공주가 차던 거라고 하네… 그리고 그 전시회의 이름은…”
이번엔 돈 영감의의 말을 도중에 끊고서 재유가 자기 할 말을 시작했다.

“그거 혹시 ‘소원을 들어주는 주얼리’ 아닌가요?”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오늘 다녀왔거든요…”
“오늘!”
큰 소리로 영감이 외쳤다.

“악! 시끄러워요!”
재유도 소리쳤다. 재유가 소리치자 다리를 걷던 주위 몇 사람이 재유 쪽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아무리 전화라고 해도 그렇게 크게 외치면 주위사람들에게 들린단 말이에요.”
재유는 조용하게 말했다. 주위 몇 사람은 곧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자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 좀 놀래키지 말아요.”
“그럼 미리 연락을 할 걸 아이고…”
“어차피 낮에 연락줘도 제가 못 훔치는 거 아시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적어도 오늘 갔다면 이것저것 경비시스템 같은 걸 확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답답한 듯 영감은 한숨을 쉬었다.

“휴… 어쨌든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되도록 빨리 물건을 가져다주게… 경쟁업체들한테 고객을 뺐기기는 싫으니까 빨리 되도록 빨리 가져다주게 돈은 섭섭치 않을 정도로 줄테니까.. 어쨌든 고생하게 그럼…”

‘뚜뚜뚜….’
영감이 전화를 끊었다.

“난 한다는 말도 안했는데…”
재유가 혼잣말을 했다.
‘어젯밤에 훔친 물건을 바로 그 전시회에서 가져왔으니까… 이미 경비시스템은 파악했고… 그리고 오늘 직접가서 주얼리의 배치가 바뀐 것도 대충 확인했으니까’
재유는 주먹을 쥐었다.

‘할만해… 마침 돈도 필요해졌고…게다가….’
다리에서 한강쪽을 바라보았다.

‘그 경찰에게서 내 안경도 되찾을 수 있겠지…’

“으… 추워… 일단 빨리 집에가서 쉬자…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안되겠어…”
재유는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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